회고록

내 인생의 멘토

靑山 이완근 2022. 10. 18. 19:33
목포 남항 꽃정원

멘토(mentor)라는 말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서 유래한 용어로써 BC 1200년경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의 왕인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면서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가장 믿을 만한 친구에게 맡기고 떠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이 멘토(mentor)였다는 것에서 유래합니다.

멘토는 오디세이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년 동안, 왕자의 친구, 교사,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봐 주었습니다.

오디세이 왕이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다시 돌아왔을 때 왕의 아들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디세이 왕은 자신의 아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킨 친구를 “멘토”라고 불렀고 이후 멘토는 상대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승, 인생의 안내자 등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멘토가 있을 것이며, 저 역시 3분의 멘토가 계셨습니다.

첫 번째 멘토는 초등학교 시절 크레파스와 도화지 등 준비물 살 돈이 없어 자주 빠구리를 치다가 어느 날 하루는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이 빵을 나누어 주면서 너는 착실하니까 하나 더 줄게 맛있게 먹고 학교 잘 다녀라 하고 말씀하였습니다.

꾸중을 하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칭찬을 해 주면서 빵까지 하나 더 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님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칭찬을 처음 담임선생님에게서 들었습니다.

물론, 담임선생님께서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다 같이 공평하게 하시던 말씀이었겠지만 사랑에 굶주렸던 나로서는 그 말 한마디로 인해 신이 났으며, 학교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음은 물론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자신해 봅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세상에는 안 계시지만 한잔의 술잔을 들 때면 처음으로 착하다고 칭찬해 주시고 빵 한 조각을 더 준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술잔 위로 아른거립니다.

두 번째 멘토는 제가 무안북중을 졸업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집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 당시 무안 종고(현재는 무안고) 교감선생님께서 그 모습을 보고 젊은 녀석이 학교도 안 가고 일만 하고 있으면 네 장래는 뭐가 되겠느냐?

내가 학교에 넣어 줄 테니 다니거라 해서 5월에 입학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으며,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그때 교감선생님이 저를 고등학교에 넣어 주시지 않았다면 과연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 보면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멘토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대한지적협회 무안군 출장소로 측량업무와 관련 실습을 나갔었는데 당시 소장님께서 착실히 일을 잘한다고 졸업 후에도 계속 다닐 의사가 있으면 사비로 봉급을 줘서라도 데리고 있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계속 다녔습니다.

임시직 생활을 하는 동안 소장님께서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와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고, 술은 어른들에게 배워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시면서 직접 가르쳐 주시는 등 부모님보다도 더 포근한 분이셨습니다.

그러한 소장님의 가르침이 계셨기에 배우고 익혀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무탈하게 해 오고 있으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해 나가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이상과 같이 저에게는 3분의 멘토가 계셨습니다만 지금은 모두 다 하늘나라에 계십니다.

따라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험하고 멀며, 얼마 남지 않은 공직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또 다른 멘토를 찾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