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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맛집

목포 입암산[갓바위~입암산~갓바위]

▣ 언제 : 2006. 10. 29(일) 맑음
▣ 어디로 : 목포 입암산
▣ 누구랑 : 나홀로
▣ 산행시간 : 2시간
▣ 산행소감
오후 시간에 홀로 입암산에 올랐다. 수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며 산행과 갓바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행복한 모습이다. 나도 와이프와 함께 다정히 산행을 하면 그렇게 보이겠지?

목포 입암산 등산로는 하당 신도심이 개발되기 전 까지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아니 등산로 자체가 없었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하당 신도심이 개발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일부 시민들이 입암산을 찾기 시작했다. 등산하기 편하고, 수목이 잘 조성돼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등산로도 하나 둘 늘어났다.

산이 그리 가파르지 않아 중년 여성이나 노약자 들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등산 코스도 여러 갈래다. 등산에 걸리는 시간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여서 삼림욕이나 산책코스로 '딱'이다. 입암산 등산로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목포시는 입간판과 가로등을 설치했다.

 

또 시민의 안전을 위해 등산로 곳곳에 톱밥도 깔았다. 미끄럼 방지용이다. 가파른 경사에는 계단과 로프를 만들어 안전사고도 막고 있다. 특히 입암산 곳곳에 자라는 밤나무ㆍ감나무ㆍ앵두나무ㆍ대추나무ㆍ벚꽃 등은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싱그러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때문에 입암산은 하당 신도심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안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봄에는 입암산을 뒤덮은 벚꽃에 취하고 가을이면 밤을 줍는 등 '도심 속 정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앞으로 하당 시민들은 멀리 돌아서 입암산에 오르거나 아예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사유지인 등산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입암산 등산로 대부분은 '동광농장' 소유다. 입암산에 오르려면 동광농장의 땅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동광농장 측은 그동안 농장이나 수목 훼손 등을 감수하면서도 등산로 일대를 개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등산객이 크게 늘면서 훼손이 심각해지자 결국 등산로에 진입 금지 펜스를 설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동광농장 측은 1970년 입암산 일대 3만평을 사들인 뒤 72년부터 30년 가까이 농장으로 가꿔 왔다.

 

200여평의 농업용 저수지를 파고 관리용 농로도 만들었다. 유실수와 관상수 등 5000여 그루의 나무도 심었다. 투자비에다 관리비까지를 모두 합치면 3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는 게 농장 측 설명이다. 동광농장과 하당 신도심 시민들 사이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건 1995년 무렵이다.

 

하당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입암산 등산객이 크게 늘어 농장 훼손이 잦아진 때문이다. 과일은 익기도 전에 다 없어지고 심지어 묘목이나 조경수를 뽑아가고 꺾는 일마저 빚어졌다. 게다가 소풍ㆍ야외행사 뒤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했다.

 

시민들은 대개 입암산 등산로가 사유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선지 등산객들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나무도 뽑아 갔다. 등산로 곳곳에 자신들의 홍보용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걸었다. 피해와 불편이 적지 않았지만 동광농장 측은 어지간하면 견디려 했다 한다.

 

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목포에 사는데 차마 시민들에게 모질게 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등산로를 막을 생각도 여러번 했지만 손가락질 받을 게 염려스러워 참고 참았다 한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농장 측 하소연이다.

 

등산객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농장 피해도 커져만 갔다. 견디다 못한 농장 측은 36년만에 결국 '등산로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1000만원을 들여 아파트 밀집지역쪽 등산로, 굴다리 옆, 입암산 정상 입구, 오른쪽 경계선 등 4곳에 입산을 막는 펜스를 설치한 것이다.

 

펜스에는 '이곳은 동광농장의 사유지입니다. 수목 보호를 위하여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하지만 펜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등산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펜스를 부수고 산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입소문을 따라 취재진이 입암산을 찾은 지난 30일. 굵은 장맛비가 내리는데도 비옷을 걸친 채 산에 오르는 시민이 제법 눈에 띄었다. 날씨가 좋을 때의 상황이 쉬 짐작됐다.

 

동광농장 측은 목포시에 '입암산 공원 조성계획이 없다면 등산로 안내 표지판 등 시설물을 철거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 안내판 때문에 시민들이 시유지로 오해함으로써 농장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입암산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현재 동광농장 소유 부지를 매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하당 신도심을 비롯한 목포 시민들은 "목포시가 하루 빨리 입암산 사유지를 매입, '도심 정원 입암산'을 시민의 품에 안겨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입암산 등산을 포기하거나 '죄 지은 심정'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