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가을이 여물어 가는 9월 중순께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그 장관을 이룬다. 그 색깔은 햇살 강도와 방향에 따라 하얀색이나 잿빛을 띤다. 가장 보기 좋은 흰색은 태양과 억새가 45도 이하를 이루며 역광을 받을 때. 따라서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바라보아야 그 모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천관산 억새가 손짓한다. 가을의 정취가 한아름 느껴지는 억새바다로 나를 오라고 유혹한다. 단풍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빛깔"로 산야를 하얗게 뒤덮은 억새는 깊어가는 가을산을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청동 빛의 가을하늘, 소슬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물결을 헤치며 걷는 가을산행은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한다.
전국 어디서나 억새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지만 장흥 지역에서는 다도해의 풍광과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장흥 천관산이 최고로 손꼽힌다. 이른 아침 천관문학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전국 최초로 조성된 천관산 문학공원에 도착해서 국내 유명 문인 54명의 문향을 담긴 문학비를 감상하며 천관산에 올랐다.
소나무 가지아래 동백나무가 늘어섰고 상수리나무, 때죽나무, 노각나무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아직은 제때가 아니지만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제법 색깔을 갖춘 나뭇잎들이 바위들 사이에서 물들어 산행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종봉,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대세봉, 석선봉, 돛대봉, 갈대봉, 독성암, 아육왕탑, 환희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모여 만든 구룡봉, 모든 봉우리들이 여느 산에서 흔히 대할 수 없는 기이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과 닮았다하여 이름도 천관산(天冠山)이라 불린다. 거친 숨을 몰아 쉴 틈도 없다.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 아침이슬에 촉촉이 젖어 하얗게 눈송이처럼 핀 억새 한 무리, ‘와’~ 하며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능선을 따라 연대봉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130만m²에 펼쳐진 비단결같은 억새가 은빛을 내품는다. 연대봉쪽에서 넘어 온 다도해의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하며 군무를 춘다.
어른들 키 만큼이나 훌쩍 자란 억새의 너울따라 몸을 숨겨본다. 덧없는 세상사의 고민도 어느새 사라진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억새가 쓰러지면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부끄러워진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침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고 역광에 억새밭은 그야말로 은빛으로 물결을 이뤘다. 그 위를 거닐다보면 은빛 바다위로 배를 타고 가는 것 같은 황홀감에 빠져든다. 저녁 노을 질 무렵 우수수 소리를 내며 파도처럼 출렁이는 황금물결을 지켜보는 것으로 억새와의 하루여행은 끝을 맺는다. 때론 살갑게 피워 오르는 초승달과 동행하며 하행길에 느끼는 캔맥주 한모금의 여유는 미래를 새롭게 만든다. 여러분들도 10월 첫주에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고 하니 ‘으악새(억새) 슬피우는’ 소리 들으러 장흥 천관산으로 떠나 보시지 않을래요.
산행을 마치고는 장흥토요시장에 들러 구경을 한 다음 소고기를 맛있는 부위로 사 가지고 식당으로 들어가 피조개와 버섯을 넣어 구워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산행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모임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둔 행복한 여정이었다. 어느 길이든 함께 갈 동반자가 있음에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그 길이 영원하길 바랄뿐이다.
▣ 산행일시 : 2014. 9. 27(토}
▣ 기상상황 : 맑고 무더움
▣ 산행장소 : 장흥 천관산(723.1m)
▣ 산행인원 : 옆지기와 둘이서
▣ 산행코스 : 천관문학관~문학공원~반야굴~탑산사~아육왕탑~구룡봉~진죽봉~구정봉~환희대~연대봉~불영봉~천관문학관(원점회귀)
▣ 산행거리 : 7.0km(Gps 측정)
▣ 산행시간 : 3시간 2분(중식시간 미 포함)
▣ 이동수단 : 자가용
▣ 산행사진 및 후기
오늘은 장흥토요시장에서 점심시간에 모임이 있어
천관산 산행을 하고 가려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천관문학관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천관산 문학공원을 구경하고 시간이 촉박하여
곧바로 탑산사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반야굴
탑산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약수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아육왕탑
구룡봉에서 본 멋진 풍경을 감상도 하고
인증샷도 남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진죽봉
환희대를 향하면서 바라본 풍경
구정봉
환희대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하산
불영봉
천관문학관에 도착함으로써 3시간에 걸친 산행 완료하였다.
그러나 천관산 억새는 이제 피기 시작하고 있어
축제가 열리는 10월 초가 절정기가 될것 같다.
천관산 산행을 마치고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장흥토요시장에 들렸다.
친구들을 만나 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잠시 구경하다가
소고기를 사 가지고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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