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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생각나는 사람] 친구 소개로 만난 여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동네 저 동네로 밤 모실을 다닐 때 친구로부터 한 여자를 소개받았다.

그녀는 소개해준 친구와 같은 마을인 청계에 살았고 부모님이 농사일하시는데 같이 도와 드리고 있었으며, 무척 수줍음을 많이 타는 착한 여자였다.

어느 날 밤 그녀가 살던 동네로 밤 모실을 갔는데 친구들은 방에 모여 놀고 있고 그녀와 나는 몰래 빠져나와 담배를 말리기 위해 밭에 지어 놓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서 단둘이 사랑의 밀애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을 싹 틔워 나갔는데 어느 날 하루는 그녀가 집에 찾아왔다.

무슨 이유인지를 물었더니 동네 사람들과 4H활동 관계로 무안북중으로 교육을 받으러 왔는데 한번 들러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이 한층 더 깊어져 갔고 헤어진 뒤로도 편지 왕래를 계속했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편지를 쓰면서 결혼하자고 청혼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는 중학교밖에 안 나왔고 오빠는 앞으로 크게 되어야 할 사람이니 나 같은 여자는 안 된다면서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라고 내 청혼을 거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없이 포기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소식도 끊겼다.

그런데 그녀 소식이 궁금해서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나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그녀는 지금 잘 살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신랑이 중동의 사우디로 돈 번다고 나갔는데 뭐가 잘 못되어 거기서 사망해 지금은 친정에 와 혼자 산다고 하였다.

그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그녀가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인연이 되지 않아 결혼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편지를 수백 통 넘게 주고받았기에 기억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가 재혼은 한 것인지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녀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