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시 : 2019. 01. 04.(금) → 제887차 산행
▣ 기상상황 : 흐림(-10℃ ~ 2℃ → 미세먼지 : 보통)
▣ 산행장소 : 호남정맥 2구간(슬재~영암부락재)
▣ 산행인원 : 목포다솜산악회 5명(퍼펙트, 무니, 피싱, 올리버, 신기루)
▣ 주요산과 봉우리 : 갈미봉(539.9m), 내산봉(566m), 옥녀봉(578.7m), 한오봉(570m), 경각산(659.6m), 치마산(607m)
▣ 주요지점 도상거리 : 슬재-(4.3km)-장재-(1.5km)-갈미봉-(2.0km)-쑥재-(4.9km)-경각산-(1.7km)-불재-(6.8km)-영암부락재(21.2km)
▣ 산행코스 : 슬재(250m) - 장재(425m) - 갈미봉(539.9m) - 쑥치(쑥재 380m) - 내산봉(566m) - 옥녀봉(578.7m) - 한오봉(570m) - 경각산(659.6m) - 불재(310m) - 436.1m봉 - 치마산(607m) - 작은불재 - 437.0m봉 - 영암부락재(316m)
▣ 산행거리 : 24.9km(Gps 램블러 측정 기준)
▣ 누적거리 : 51.6km(접속거리 포함)
▣ 소요시간 : 8시간 10분(휴식 및 점심시간 1시간 47분 제외)
▣ 교통수단 : 자가용 1대
▶갈 때 : 목포해양수산청~ 슬치휴게소
▶차량회수 : 영암부락재~슬치휴게소(관촌개인택시 30,000원)
▶올 때 : 슬치휴게소~샘물횟집(생선매운탕으로 저녁식사)~목포해양수산청
▣ 산행후기
국내의 이름난 산들을 두루 섭렵하고 다니고 있는 내가 어쩌다 이렇게 산을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높이와 성상, 그리고 난이도가 전부 다른 수많은 산들을 접하고 실제로 오르고 내리면서 산과 그 산을 타는 산행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어쩌면 때늦은 중간 점검일지는 모르지만 여태까지의 산행이 그냥 산이 있으니 갔다 오고 사진을 찍고 그 매 순간마다의 느낌, 생각, 소소한 깨달음을 정리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조금은 심각하게 그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 한국, 굳이 제한하자면 남한 땅이 되겠지만 참으로 저마다의 산이 다양하고 독특합니다.
지리산처럼 장쾌한 주능선에 1,5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가 17개씩이나 있는 거대한 산맥형이 있는가 하면, 설악산처럼 삐쭉삐쭉 교회의 첨탑처럼 웅장하면서 남성적인 근육으로 천하의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 있고 오대산처럼 사뭇 밋밋하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를 걸쳐 환형으로 구성된 산도 있는 것입니다.
팔공산처럼 고려 건국과 관련하여 공신들을 기려서 이름 지어진 산이 있는가 하면, 가야산처럼 옛날 신라시대 이전의 고대국가의 영화를 애틋하게 기억하는 곳도 있고 북한산처럼 일제시대 이후에 강제로 이름 지어졌지만 삼각산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잊어버린 명산도 즐비합니다.
그 산의 최고봉에 이름 지어지는 것도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서 천왕봉이니 비로봉이니 하는 이름들이 제법 많고 심지어 일제의 영향으로 천황산이라는 의미를 알면 조금 울컥하는 이름의 산도 전국 각지에 널려 있습니다.
흔히들 이름만으로 그 산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가서 힘들게 산행을 하고 나면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이름으로 구성된 산들도 꽤나 많음을 알 수 있는데 이름 지어지는 그 당시의 상황이나 작명자의 기분과 느낌에 좌우된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힘들기 그지없는 산을 다녀오면 여지없이 몸에는 후유증이 남고 애써서 그 힘든 고통을 잊을 즈음이면 또다시 나를 그토록 힘들게 한 그 산이 그리워집니다.
산행을 하면서 나를 매료시키는 가장 큰 것은 물론 정상에 올랐을 때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일 것입니다. 일종의 정복감 이라고 할까, 아니면 성취감이라고 할까, 쉽게 오른 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느 누가 부럽지 않고 내가 느껴 왔던 심적 고통이나 외로움, 괴로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마치 고농도 마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엑스터시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경관의 장쾌함은 보너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묵직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사방팔방 펼쳐진 곳, 어쩌다 날씨라도 아주 쾌청하면 사방 이백 리는 족히 가늠되는 그 전경에는 애면글면 매 순간을 살아야 하는 속세 인간으로서의 번뇌나 물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나의 일부가 되는 소중한 체험이 풍부한 수량으로 나를 담구어 주는 것입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그런 성취감과 우·아·일·체의 신비경험을 거치고 거칠었던 심장 박동수가 제자리에 잡힐 즈음이면 배낭에 채워 넣고 간 음식을 섭취하는 맛 또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누릴 수 없는 산꾼 만의 특혜입니다.
그저 맨 밥에 김치 한 조각이라도 그렇게 달고 시원하고 맛있을 수 없는 것이며 잘 얼려진 막걸리 슬러시가 목덜미를 타고 넘어갈 때면 남녀 교합에서 느끼는 오르가즘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잘 차려진 술집에서 마시는 막걸리나 소주, 맥주, 심지어 최고급 양주의 음주가 다소의 의무감이라면 이때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벼운 술 한 모금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고 얼음 물을 뒤집어쓰는 듯한 통쾌함이 철철 넘칩니다.
또 하나 혼자만의 산행이 아닌 직장이나 친구나 가족들이라도 같이 한다면 그 사람들이 느끼는 각각의 느낌과 감탄을 보는 기분 또한 아주 괜찮은 드라마입니다.
눈가로 귓가로 콧등과 입 주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땀방울과 헉헉거리는 숨소리 끝에 그들이 지르는 감탄사와 몽롱한 눈자위를 보는 것, 평소에 아무리 밉고 싫은 사람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 애증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일 업무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네가 잘났느니 못났느니 하면서 치고받는 직장동료들이 함께 산을 탄다면 내가 힘든 만큼 상대방도 힘들다는 인생의 제1원리를 몸으로 깨치게 되니 굳이 역지사지라는 고사성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화합의 시공간이 형성되며 친구들이라면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주변 소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 친구 간의 우의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남편, 부인, 자식, 부모 간의 가족이 함께 하는 산행이라면 평소 소홀했던 대화의 시간을 넘치도록 가지고 평소에는 뜨악할 수밖에 없었던, 세대 차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모자랐던 단절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원래 고유의 끈끈한 혈연과 부부의 정과 깊은 배려가 새록새록 다시 솟아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집사람과 자주 험한 산이나 초장거리 철야 산행을 가끔씩 하는데 그 작은 몸으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그저 신랑하고 같이 간다는 것에 그 힘든 고생을 즐거운 표정으로 함께 하는 것을 보면 없던 정과 사랑이 용암 분출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샘물 솟아나듯이 생기는 것을 자주 체험하곤 합니다.
함께 한 산행 동료가 없더라도 산행의 효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얽히고 꼬여진 일상생활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나만의 시간을 듬뿍 가질 수 있으니 스스로 반성도 해보고 잘한 것, 못한 것에 대한 주위의 도움과 나 자신의 실수와 태만에 대한 복기도 천천히 할 수 있으니 웬만한 명상시간을 능가하는 자기 몰입의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지리산 화대 종주를 무박으로 하면서 그 멀고 먼 험한 능선 길을 14시간 동안 타고 넘다 보니, 길게는 일 년여 동안 나를 괴롭혔던 어떤 현상에 대한 본질적 해부를 할 수 있었고, 하산 후 바로 해답을 찾아서 그 기나긴 갈등을 풀어 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산과 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고 뒤 끝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요즘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닿습니다. 실제로 그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에서 자연스럽게 땀 흘리고 번잡한 잡생각을 툴툴 털어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 그런 악성이나 험담을 칠 구석이나 공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 남한 땅에는 주위를 조금만 돌아보면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말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마음만 내면 다녀올 수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결국 그 산을 나의 발전과 안녕과 심신수양을 위해 써먹느냐 마느냐는 어느 순간 방구들을 박차고 튀어 나갈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의 결심일 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호남정맥 2구간을 다녀 왔습니다. 호남정맥 2구간의 들머리는 슬재(17번 국도)에서 시작이 됩니다. 슬재에서 장재까지 4.3km와 장재에서 갈미봉까지 1.5km는 오르막길이며, 갈미봉에서 쑥재까지 2km는 내리막길이며, 쑥재에서 경각산까지 4.9km는 오르막의 연속이며, 경각산에서 불재까지 1.7km는 내리막길이며, 불재에서 이번 구간의 날머리인 영암재까지 6.8km는 오르내리막길로 매우 지루한 구간이었습니다.
이번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한오봉과 경각산이었으며 경각산은 남에서 이어진 호남정맥이 진안고개를 지나 전주에 들기전 동쪽으로 고개를 트는 길목에 있었습니다. 완주군과 임실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서쪽으로 모악산 때문에 빛을 잃은 듯 외롭지만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등로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 약간은 미끄럽고 먼지가 나 불편하였으나 멋진 조망을 즐기며 감탄하고 그리고 춥지않은 날씨 덕분에 큰 어려움없이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는 목포에 와서 샘물횟집으로 이동하여 생선회매운탕과 지리로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너무나도 맛이 좋았습니다. 산행도 재미있게 무사히 끝났기 때문에 소맥에다 캬~ 부라보를 한 잔 해야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러하지 못한점 미안하게 생각하며, 저녁을 사주신 올리버님 모처럼 만나서 반가웠고 잘 먹었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산행지도 및 Gps 트랙
▣ 산행사진
▲슬치마을회관
▲인삼밭
▣여명이 밝아 오려는듯...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
▲갈미봉
▲갈미봉에 목포다솜산악회 리본을 다는 피싱님
▲눈이 약간 온 상태
▲쑥치
▲숙치에 달린 리본들
▲공기편백숲
▲오르막구간으로 조금은 숨이 차옴
그래서 힘내라고 안내판을 달아 놓은듯함
▲멋지게 펼쳐지는 조망
너무나도 멋져 환호성이 나옴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하며 인증샷
▲내산봉(566m)
여기에서 옥녀봉을 갔다 다시 빽해야 함
▲옥녀봉
▲옥녀봉에서 인증샷
▲옥녀봉에 있는 삼각점
▲여기에서 피싱님이 사온 족발에다
올리버님이 가져온 소주 한잔씩 하면서 휴식
▲한오봉(570m)
▲한오봉에서 본 멋진 풍경
한참을 머물며 조망 감상
▲전주화용산악회에서 표지석을 세움
▲경각산까지는 3.1km
▲아름다운 삼나무숲
▲가야할 경각산
▲암릉에 오르막의 연속
▲한폭의 수채화같은 멋진 풍경
▲경각산으로 가는 오르막
힘이 들어도 가야만 한다.
▲수없이 펼쳐지는 멋진 풍경
▲가야할 경각산
▲경각산을 배경으로 인증샷
▲경각산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
▲경각산(659.6m)
전주 시계를 벗어나 구이면으로 들어서면 구이저수지 동북쪽에 솟아 있는 암산으로 모악산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 경각산이다. 동북쪽 운암산 줄기가 남으로 뻗어 내리면서 마이산을 분기점으로 하여 하나는 동남쪽으로 장안산, 백운산을 일구고 또 하나는 서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만덕산, 경각산을 빚어 놓았다.
북으로 고덕산과 동으로 옥녀봉, 갈미봉과 지척간이면서 전주시가지와 구이저수지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 주능선 암봉, 암벽과 겨울의 뛰어난 설경, 가을의 운치 있는 풍경은 이웃 모악산과는 또 다른 색깔을 지닌 산이다. 구이면 청평마을에서 경각산의 허리를 감고 불재를 넘어 운암으로 빠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경각산 서쪽 기슭에 정각사가 자리잡고 있다.
▲경각산에서 인증샷
오늘의 최고봉이다.
▲경각산 정상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
▲경각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전주시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순창방면으로 가다 전주시계를 벗어나 완주군 구이면으로 들어서면 구이저수지 동북쪽으로 솟아 있는 산이 경각산(660m)이다. 모악산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모악산에 가려 그리 찾는 사람이 적지만 호젓한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경각산의 유래는 한자로 고래 경(鯨), 뿔각(角)을 써서 고래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산 아래의 광곡마을에서 바라보면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고래의 모습이며, 정상에 있는 두 개의 바위가 마치 고래의 등에 솟아난 뿔의 형상이다.
산행은 계속해서 부드럽고 편안한 능선을 30분 정도 따르는데 추운 겨울에도 빛을 잃지 않는 효관재의 전나무 조림지가 그 동안 산행의 피로를 씻기에 충분한 삼림욕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옥녀봉에서는 지나온 호남정맥의 줄기를 조망하기에 좋다.
동쪽으로 쑥재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쑥재부터 임도를 따라 30여분 걸으면 유황성분으로 유명한 죽림. 송산온천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어 권할 만하다. 경각산 주변이 최근 패러그라이딩의 점프장으로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창공으로 활공하는 패러그라이더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산불감시초소
▲멋진 소나무 군락지
▲시원하게 조망되는 모악산
▲모악산을 배경으로 인증샷
▲모악산쪽의 멋진 풍경
▲불재
▲임도를 따라서 진행
▲임도를 따라와서 등로로 진입
▲436.1m봉
▲치마산(도솔산) 607m
▲작은불재 3.7km
▲작은불재
▲437.0m봉
▲다음 구간에 가야할 봉우리
▲마지막 하산길이 약간 위험
▲영암부락재 도착하여 산행 종료
▲관촌택시를 불러 슬치휴게소에 있는 차량을 회수(택시비 3만원)하여
아직 하산하지 못한 올리버님을 태우러 다시 영암부락재까지 와서 태운 후
목포 샘물횟집으로 이동하여 생선매운탕과 지리로 저녁식사 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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