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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맛집

초암산 철쭉산행

 

 

 

어느덧 오월입니다. 꽃피는 사월이 가고 녹음방초 우거지는 오월이 왔습니다. 오월은 어린이날(5일)과 부부의 날(21일)이 있는 사랑의 달이고, 어버이날(8일)과 스승의 날(15일)이 있는 보은의 달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참 좋은 달이지요.


하지만 오월은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봄날이 가는 가슴 시린 달이기도 합니다. 절기상으론 봄의 마지막 달이지만, 넝쿨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싱그러운 달이지만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어정쩡한 달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한반도에 불어 닥친 기상이변으로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지는 탓입니다. 하여 봄이 왔는가했는데 어느새 여름이고 가을이 왔는가했는데 어느새 겨울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했던 벚꽃도 지고, 목련꽃도 지고,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조팝나무 꽃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동장군을 물리치고 개선장군처럼 우리 곁에 왔던 아름다운 봄이 꽃들의 낙화와 함께 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꿈같던 봄날을 그렇게 속절없이 보냅니다. 이맘때가 되면 백설희가 불러 히트한 `봄날은 간다(손노원 작사, 박시춘 작곡)'라는 노래를 시도 때도 없이 읊조립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1954년에 발표된 꽤나 오래된 노래인데 지금도 여전히 절창입니다. 2003년 시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인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가요 1위로 선정된 노래답게 노랫말이 아름답고 감칠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노랫말처럼 제게도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시절도 있었고,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어릴 적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그 시절이 몹시 그립습니다. 그립다고 보고 싶다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노래를 읊조리며 자위하는 거죠.


그래요.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듯이 가는 봄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알뜰한 그 맹세에도, 실없는 그 기약에도, 얄궂은 그 노래에도 봄날은 무정하게 갑니다.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이든,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이든,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이든 우리네 인생길에는 봄날은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무지개와 같습니다.


봄날은 청춘을 상징하고 호시절을 의미합니다. 연분홍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옷고름 씹던 열아홉 시절이 있듯이 사람들은 누구나 청춘이 있고 호시절도 있습니다. 청춘과 호시절은 춘몽처럼 짧지만 추억은 열차처럼 갑니다.


그러나 청춘과 호시절은 마음먹기 달려있습니다. 봄날이 가고 없다고 여기는 이에게는 한없이 짧고, 날마다 봄날이라 여기며 사는 이는 언제나 청춘이고 호시절입니다.


그렇습니다. 봄날은 꿈과 사랑입니다. 거창한 꿈이 아니어도, 열렬한 사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꿈이 있고 사랑이 있으면 당신은 아직도 봄날입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사랑을 주고받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월이 바로 그런 달입니다. 봄날은 가지만 사랑과 보은지정은 그대 곁에 두고 갑니다.

 

짙푸른 풀들이 꽃보다 나은 녹음방초(綠陰芳草)의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꽃의 계절을 아쉬워하듯 붉은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진분홍빛 철쭉 덮은 산을 찾은 탐방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 들립니다. "어머나~ 세상에" 하는 탄성과 함께 사람들 입가에서 사랑이 퍼집니다.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입니다. 참 얄궂습니다. 꽃을 보는 이, 찾는 이들에게 꽃말 그대로를 전해주니 말입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헌화가>에 등장한 꽃이 철쭉이란 점,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노인이 수로부인을 위해 벼랑 끝에 피어난 꽃을 꺾어 와 바칩니다. 그 꽃이 바로 철쭉입니다.

 

꽃 먼저 피고 잎 뒤에 피는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봄꽃 지고 연두빛 잎새 물감 번지듯 지천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5월에 이릅니다. 봄의 향연을 이루던 진달래, 개나리, 목련꽃, 벚꽃 그 많던 봄꽃들 진자리에 아쉬움이 자리 잡으면 위로라도 하듯 피어나는 연분홍빛 철쭉꽃, 온 산야를 연분홍 꽃물을 들여놓아 다시 한번 산으로 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끕니다. 

 

피리소리에 마을아이들을 불러냈던 동화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우린 어릴 때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꽃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 불렀습니다. 참꽃 진자리에 지금쯤 철쭉꽃 그 연분홍 꽃불 지피고 있을까. 이번엔 제 때에 맞추어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빛 철쭉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철쭉 군락지를 끼고 있는 장흥과 보성, 광양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철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봄 향기 가득한 산행은 덤, 남도의 철쭉 축제장으로 가는 것이 철쭉의 제맛을 느끼게 딱 좋습니다. 오늘은 진분홍 철쭉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남도의 철쭉 명산인 보성 초암산으로 가 봅니다.

 

전남 보성은 차 다음으로 철쭉이 유명한 고장입니다. 이에 제암산과 일림산은 5월이면 사람들이 줄 지어 찾아 오릅니다. 반면 같은 보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철쭉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으니 바로 겸백면에 위치한 초암산입니다.


제암산, 일림산이 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철쭉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초암산은 철쭉 하나로 승부를 합니다. 단출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색이 분산되지 않는 단정한 미학이 살아 있는 산입니다.

 

또한 초암산은 철쭉이라는 핵심만을 즐기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간편함이 두드러집니다. 최근 너무 힘든 산행보다는 간편하게 즐기면서 오를 수 있는 산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 만큼 초암산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매력적일 것입니다.

 

산행코스는 수남리주차장에서 시작해 초암산 철쭉을 실컷 구경하고 광대코재를 거쳐 무남이재로 하산해서 임도를 타고 다시 수남리주차장으로 오는 방법이 있고 너무 간단하게 느껴진다면 호남정맥 일부를 이루고 있는 무남이재~주월산~방장산~오도재 능선을 포함한 원점회귀형의 사뭇 긴 당일산행 코스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틀 후에 호남정맥 장거리 산행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소풍같은 산행을 하기 위해 초암산 정상을 찍고 다시 그 길로 하산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철쭉 사진을 감상하시면서 제 글에 공감을 표하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산행일시 : 2019. 05. 07(화)

▣ 기상상황 : 맑음 - 미세먼지 : 보통

▣ 산행장소 : 보성 초암산(576.3m)

▣ 산행인원 : 목포다솜산악회 회원 7명(번개 산행)

▣ 산행코스 : 수남리주차장~진원박씨묘~전망대~532봉~초암산~수남리주차장(원점회귀)

▣ 산행거리 : 6.0km(Gps 램블러 측정 기준)

▣ 산행시간 : 2시간 35분(휴식시간 37분 포함)
▣ 산행지도 및 GPS 트랙

 

 

 

 

 

 

▣ 산행사진

 

▲ 수남주차장

 

▲ 초암산 등산안내도

 

 

 

 

 

 

 

▲ 단체사진

 

 

 

 

 

 

 

 

 

 

 

 

 

 

 

▲ 초암산 건너편 주월산과 방장산

 

 

 

 

 

 

 

 

 

 

 

 

 

 

 

 

 

 

 

 

 

 

 

 

 

 

 

 

 

 

 

 

 

 

 

 

 

 

 

 

 

 

 

 

 

 

 

 

 

 

 

 

 

 

 

 

 

 

 

 

 

 

 

 

 

 

 

 

 

 

 

 

 

 

 

 

 

 

 

 

 

 

 

 

 

 

 

 

 

 

 

 

 

 

 

 

 

 

 

 

 

 

 

 

 

 

 

 

 

▲ 초암산(576m)

 

 

 

 

 

 

 

 

 

 

 

 

 

 

 

 

 

▲ 초암산 철쭉제 제단

 

 

 

 

 

▲ 낙지 안주로 막걸리 한잔

 

 

 

 

 

 

 

 

 

 

 

 

 

 

 

 

 

 

 

 

 

 

 

 

 

 

 

 

 

 

 

 

 

 

 

 

 

 

 

 

 

 

 

 

 

 

 

 

 

 

 

 

 

 

 

 

 

 

 

 

 

 

 

 

 

 

 

 

 

 

 

 

 

 

 

▲ 수남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 종료하고보성 일림산으로 2차 산행을 위하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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