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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등산과 산행의 급수

도대체 산 위에는 뭐가 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는 걸까.

하긴 산 위에는 웬만한 것들이 다 있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그 무슨 선문답 같은 소리인가.

과연 무엇이 있고 또 무엇이 없다는 걸까.

그 ‘무엇’을 글로는 잘 표현하기 어렵다.

물맛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물은 마셔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은 물이라도 갈증이 날 때와, 그냥 한 모금 마실 때 다른 이치다.

산 정상에 가서 얻는 것들은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마음을 비울수록 많은 것들을 얻는다.

굳이 글로 표현하자면 산 정상에는 희열이 있고, 상쾌함이 있고, 보람, 자신감, 행복감이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시야가 열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도 보인다.

‘다시 뛰자’는 용기가 샘솟고 꿈과 이상이 부풀어 든다.

그 많은 것들이 산 위에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고 산에 오른 사람은 그 기대의 부피만큼이나 허탈하다.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집착함을 의미한다.

법정 스님은 ‘만사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에 있다’고 설파했다.

어떠한 소유도 없고 집착하여 취할 일이 없는 것이 바로 피난처라고 했다.

땅에 발을 딛고 서 있기는 산 아래나 산 위나 매 한 가지인걸 뭘 더 바라는가.

세상사가 그렇지 않은가.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선생의 짧은 시 <그 꽃> 전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앞만 보고 간다.

산행이든 인생살이든 모름지기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야 하지 않을까.

위만 보고 살 수는 없는 법.

나보다 못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참으로 많다.

위에 오르는 것, 혹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에 순응하려는 곳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누리꾼들은 ‘산행에도 급수가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회자되는 말들인데, ‘산행에도 급수가 있다’고 한다.

8급 타의입산(他意入山)

가장 낮은 급수인 8급이다.

말 그대로 남이 가자고 해서 가는 경우다.


7급 증명입산(證明入山)

등산보다는 기념사진 찍으러 간다고 한다.


6급 섭생입산(攝生入山)

배낭 가득히 먹을거리를 챙겨 계곡에 퍼질러 앉아 즐기는 부류요,


5급 중도입산(中途入山)

산행을 하긴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한다고 한다.

이 부류는 제 다리 튼튼하지 못 함을 탓하지 아니하고 꼭 뫼만 높다 한다.


4급 화초입산(花草入山)

진달래 철쭉꽃 피는 봄철이나, 가을 단풍철에 산을 찾는다.


3급 음주입산(飮酒入山)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 먹어야 산행이 끝났다고 주장한다.


2급 선수입산(選手入山)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몇 ㎞를 걸었다느니 하는 것을 자랑하는 단계며,


1급 무시입산(無時入山)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자기가 계획한 산행은 꼭 하는 스타일이다.

산을 이기려 하지 말고 산과 호흡하면서 어디까지나 웃자고 하는 이야기일 뿐 어찌 절대적인 공인 등급이랴.

산을 좋아하고 산행을 즐겨하면 어느 급인들 어떠하랴.

집안에 박혀 TV 보느라 시간을 깨 먹는 것보다는 등산이 좋지 아니한가.

산이 좋아 사진 한 컷 남기는 것도 의미 있고, 꽃구경∙단풍구경 삼아 산에 오르는 것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먹는 것이 산행의 목적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간식을 챙겨 오르는 것도 즐거운 일이며, 비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나 자신의 체력에 맞춰 적당하게 오르면 그 또한 기쁨이리라.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