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산에 오르지 않는다.
산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묻는다.
산에서 나려올 걸 왜 올라가느냐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보통 그냥 웃거나, 산이 있어 오른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래 나는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산이 있으니까 그냥 산에 오른다?
글쎄 내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근사한 대답이 아닌 것 같다.
그럼 산에 오르는 이유는?
목적은?
글쎄 꼭 이유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법도 없는데...
아주 근사하거나 타당한 이유나 목적은 없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산에 오르고, 산에 오르지 못하고 맞이하는 한 주는 왠지 모르게 상쾌하지 못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소위 "등산 중독증"에 걸려버린 생활을 나는 사랑한다.
오래전에 아이들과 산에 올라서 등산의 이점에 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등산은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니 건강에 좋고, 나무나 풀 등 식물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고, 나무, 흙, 바위 등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되어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좋고, 힘겹게 산을 오르면서 끈기와 인내를 배울 수 있어 좋고, 정상에 올라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좋고, 등등 끝없이 좋은 점을 나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위의 모든 이점이라는 것이 배우고, 얻고 또 느끼는 지극히 인간 중심의 관점이 아닐 수 없어 씁쓸하다.
늘 집 주위의 산에만 오르다 몇 년 전부터는 산악회 회원들과 1 대간 9 정맥 종주도 하였다.
3-4 시간의 산행을 하다가 10시간 이상의 산행을 하다 보면 육체적인 고통이 따를 뿐만 아니라 가끔은 예상치 못하였던 사건들도 일어난다.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지만 일정 부분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고 또 산행 시간이 길다 보면 자신과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대화 내용에는 자신, 가족, 직장 등 나 자신의 생활에 관한 부분도 있고, 삶과 죽음, 종교 등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부분도 있다.
가끔은 산에 오르는 이유를 자문해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는 가운데 언제부터인가 산에 오르는 이유를 생각해 내었다.
즉, 산에 오르는 이유는 "버리기 위해 산에 오른다"이다.
산에 올라 탐욕을 버리고, 성냄을 버리고, 어리석음을 버리고 산을 내려온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이유라기보다는 다짐에 가까운 내용이다.
산속에서, 고통 속에서, 자신 앞에서 겸손하고 솔직해지다 보니 탐, 진, 치의 방기(放棄)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깨닫게 되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곧 시월이 다간다.
산은 온갖 단풍으로 뒤덮여서 산꾼들을 유혹한다.
11월 첫날에는 백암산에 올라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보며 산에 오르는 이유를 다짐을 해야겠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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