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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맛집

목포 유달산(228m)주능선 왕복~유달산둘레길~다순구미둘레길

주중이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별로 없는 가운데 나 홀로 유달산을 맨발로 종주하였다.

나무데크, 돌, 야자매트 등이 깔려있어 맨발 하기에는 좀 아쉬웠지만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조망이 커버해 주므로 그런대로 좋았음

자식이 뭘까??????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으며

숨비소리 한 번이
자식들의 연필이 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 곳 없이

"형…. 엄마가 암 이래"

"지금, 이 상태론 수술도 힘들고
길어봐야 6개월이라며 집에 모셔서
맛있는 거나 많이 해 드리라고
방금 의사가 말씀하고 가셨어요"

"그럼 간병은 누가 하지?"

"난 간병 못 해요"

"저도 못 해요..
수빈이 학원 여섯 군데 따라다니는 것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인데
간병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럼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건 어때?"

"미쳤어 형!
요양병원에 매달 들어가는 돈은
어쩌고?

"어머니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하면 되겠네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별이라고 말해주던
내 아들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병실 안에서 듣고 있던
엄마의 두 뺨에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다 
하얗게 밝아온 다음날

'"엄마가 사라졌어.."

"병원에서도 모른대"

자식 없는 엄마는 있어도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했건만

엄마라고 애 터지게 부르던
그때의 내 자식들이 맞는지..

때가 되어야 분명 해지는 것들이
주는 삶 속에서 회한의 눈물을 머금고
떠나 간 엄마의 상처는 아랑곳없이
세상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던 두 아들은
어둠이 먹칠한 하늘을 따라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좇다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년 지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대
그러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한 근거가 있어야 한대.."

"저도 알아봤는데 재산 상속을 받으려면 해놓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단 같은 거 돌리는 것도
법적인 근거가 된대요"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주위 이목도 있는데..."

이런 자식들 키우느라
애터지게 내 목에 들어가는
물 한 모금 아껴가며
산 시간을 더듬어 보며
이름 모를 거리를 헤매 다니고 있을
엄마의 슬픔은 타다만 종이 위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으로 남겨지던 어느 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버려진다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를 밑천 삼아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근처에서
뿌려대는 시늉을 해대던
두 아들 내외는

"형 밥 먹고 하자"

"일단 네 형수하고 뿌리는 거 사진이나 찍어줘"

"아…. 힘들어
이 짓 죽어도 못하겠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고플 텐데
도련님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

지나면 희미해질 이 순간을
가슴에 담아 놓고 싶지 않았던
두 아들 내외 앞에

엄마의 이름 없는 날들이
37일째 흐르다 멈춰 서던 날

고시텔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간 두 아들은

"엄마.."

"어머니"

"누구세요?"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두고 마실 나간 바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두 아들은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형..
차라리 잘 된 거 아냐"

"......"

"엄마 치매로 요양병원 입원시키고
법원에 후견인 신청해 이 집 처분하는 게 어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형도 어차피 사업자금이 더 필요하잖아"

"나도 애들 유학 보내달라는 성화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도련님..
뭘 복잡하게 그렇게까지 해요
어차피 얼마 못 사실 텐데.."

이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멀어져 갔을 엄마의 아픔보다

자신들의 살길이
먼저인 두 아들 내외의 귀에

         (((((((딩동))))))

"누구세요?"

"천마 복지재단에서 나왔습니다 "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어머니 되시는 김복녀 여사께서
한 달 전 이 집을 우리 복지재단에
기부하셨습니다"

"네에?"

새벽불 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을 디딤돌 삼아 엄마가 머물렀던 쪽방촌으로 찾아온 두 아들은

흐르는 물에는
뿌리내릴 수 없는 나무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놓여있는
손 편지 위 열쇠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미쳤군, 미쳤어..
그냥 조용히 죽지
왜 안 하는 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우릴 못 알아본 게 아니었어"

자식 사랑의 끝에서
다 타고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후회를 안고 멀어진 엄마가
선택한 건 행복이었다는 걸
모르는 두 아들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거든
그 열쇠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묻어다오"

죽음도 삶의 한 조각이라며
쪽지에 적힌 엄마의 마음보다
열쇠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두 아들은

삶의 무게를 쥐고 나간
엄마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 놓기 싫은 듯
하얗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술로 지워내더니

"형...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들어있는 열쇠 아닐까?"

"맞아요…. 설마 자식인데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으셨겠어요 "

"분명 땅문서나 유언장 그런 게 든
열쇠 같아요"

어디가 내가 버려질 곳인지
보이는 곳마다 지뢰밭 같은 불안을    
안고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눈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을 엄마 보다

그 열쇠가 지하철 물품 보관함 열쇠란 걸
더 먼저 알아낸 두 아들 내외는

"설마 어머니가 자식들하고 손자들
한테 십 원도 안 남기고 다 줄리
없잖아" 라며
열어본 사물함에는
자신들이 돌리던 전단지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내 아들들이 날 찾고 있구나.."

내 아들들이 찾고 있는 그 모습이
이승에서 느끼는
엄마의 마지막 행복이었다며

빨간 노을에 멍든 계절이 지는
어느 이름 없는 가을날을 따라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식 사랑은
바람에 그린 그림이라는....

좋은 글(노자규 글)